국민참여제도의 배경과 현재 상황
국민참여제도는 우리나라에서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제도이다. 무작위로 선정된 국민이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제도로 미국식과 유럽식을 혼합한 형태이다. 국민참여제도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일반적인 사건이 아니라 강도나 살인 등 아주 중한 범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가장 이슈가 된 사건은 2011년 12월에 열린 대도(도둑) 조세형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다. 조세형은 강도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재판을 받던 중 국민참여제도를 신청했다. 여기에서 조세형은 자신은 물건을 훔치는 도둑이지 흉기로 위협하는 강도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배심원단 9명 전원이 조세형을 무죄라고 판결하고 재판부도 배심원들의 판결을 수렴하여 무죄 판결을 내렸다.
국민참여제도는 재판의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도입되었지만 연도별 국민참여재판 진행 건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왜냐하면 재판부나 검사나 변호사마저 언론의 관심을 받고 업무부담도 많은 국민참여재판을 기피한다고 한다. 하지만 좋은 취지에서 제정된 제도인 만큼 이 영화의 사례에서 보듯이 단 1명의 피해자도 이런 제도로 인해 구원할 수 있다면 좀 더 개선해 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무죄를 밝혀내는 배심원들의 이야기
2008년 한국에서 최초의 국민참여재판이 열리게 된다. 그동안은 판사들이 피고인의 형량을 결정했는데 국민참여재판이 열리게 되어 사법부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배심원들 중 한 명인 박형식(8번 배심원, 권남우 역할)은 청년 사업가였지만 사업 실패로 개인회생 신청 중이다. 권남우는 배심원단이 되어 재판관과 면접을 보는 중 질문을 받지만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 판사(문소리)가 권남우에게 '법이 왜 필요한가?'라고 묻자 권남우는 죄지은 사람 처벌하려고 법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때 판사는 '법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있는 것이다'라고 권남우에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억울하게 누명을 쓸 수도 있는데 그래서 함부로 사람을 처벌 못하게 하려고 처벌 기준을 세운 것이 바로 법이다'라고 이야기한다. 판사 역의 문소리가 법원에 있는 판사들같이 표정 없이 무표정하게 설명하는 연기는 개인적으로 첫 장면부터 참 인상 깊은 장면이다.
배심원들 8명이 모두 선정되어 상황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이 재판은 범인이 죄를 전부 인정했기 대문에 유죄나 무죄에 대한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형량을 결정하는 재판이다. 드디어 재판이 시작된다. 피고인 강두식은 집에서 어머니와 다투다가 어머니를 계획적으로 살인한 존속살해범으로 이미 본인의 죄를 모두 시인한 상태다. 검사는 여러 가지 상황과 증거를 제시한다. 피고인 강두식은 5살 때 어머니가 일을 하러 나가면서 아이가 밖으로 놀러 나갈까 봐 문을 잠그고 간다. 그때 집에 화재가 발생해 피고인의 얼굴과 두 팔에 큰 화상을 입은 것을 보여준다. 국선변호인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검사는 판사에게 피고인이 엄마를 내려친 망치를 증거로 제시하고 아파트 경비원이 순찰 도중 피고인이 엄마를 떨어뜨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한다.
검사는 피고인이 어머니를 살해한 동기에 대해 설명한다. 어머니는 일을 하러 나가지만 회사에서 월급이 밀려 돈을 못 받게 된다. 주민센터에서는 가족 중 한 명이라도 경제 활동을 하면 기초생활수급자가 안되기 때문에 월 70만 원을 국가로부터 받지 못한다고 증언한다. 그날 점심때 피고인은 이런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매월 70만원이라도 받기 위해 피고인이 어머니를 계획적으로 베란다에서 밀어 떨어뜨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가족 포기각서(국가로부터 월 70만 월 받을 수 있음)를 증거로 제시하고 8번 배심원이 각서를 읽기 시작한다.
그때 무엇인가 두려움에 질려 있는 듯한 피고인이 갑자기 기억이 안 난다고 난동을 피운다. 판사는 휴정을 하고 배심원들은 서로 생각을 이야기한다. 각자가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 개인회생신청을 했던 8번 배심원이 회생 신청을 위한 증거물을 제출하지 않는 것을 알고, 그것을 제출하기 위해 재판 중임에도 벗어난다. 그러다가 샘플 제출물이 구속되어 있는 피고인 앞에 떨어지게 되고, 피고인이 샘플 제출물을 8번 피고인에게 주게 되는데 피고인의 손이 화상으로 인해 손가락도 없이 뭉그러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다시 재판이 시작되고 법의학자가 피고인의 어머니 머리에 난 상처가 망치에 맞은 것이라고 증언한다. 하지만 배심원 중 시신 세정사로 30년을 일한 한 배심원이 그 상처는 망치로 인한 상처가 아니라고 한다. 이때부터 반전을 위한 장면이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게 된다. 그때 8번 배심원인 권남우는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피고인이 장갑을 끼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피고인이 손가락이 없던 것을 알게 되었던 8번 배심원은 판사에게 피고가 망치를 휘두를 수 있을지 없을지 실험해보면 안 되겠냐고 제안한다. 판사가 제안을 받아들여 피고인에게 망치를 주게 된다. 피고인은 판사에게 받은 망치를 휘두르지만 의수가 빠지면서 망치가 날아가 판사가 다치게 된다.
배심원들의 일부는 마음속에 약간씩 의문이 싹트게 된다. 일반인인 배심원과 판사 사이에 증거에 대한 해석 차이가 존재한다. 피고인의 외삼촌과 피고인의 딸도 증언석에 서게 되고 검사는 사형을 구형하고 변호사는 판사에게 선처를 호소한다. 이제 피고인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8번 배심원은 피고인의 유무죄를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8번 배심원은 사건기록 열람을 요청한다. 배심원들 중 일부는 빨리 재판을 끝내고 집에 가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이 배심원들은 이미 피고인이 죄를 인정했기 때문에 유무죄를 빨리 결정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8번 배심원은 증거물을 보고 계속 의문을 제기한다. 배심원들끼리 계속 이런저런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에 8번 배심원은 정말 피고인이 정말 유죄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이야기하자 다른 배심원 1명도 정말 유죄인지 무죄인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재판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8번 배심원은 경비원이 비가 오는 어두운 날에 정말 피고인의 얼굴을 정확하게 확인 가능한지 현장검증을 하자고 이야기한다.
현장검증을 위해 아파트로 가게 되고 8번 배심원은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이 쓴 메모지를 하나 발견한다. 그리고 실제 비가 오는 장면과 아파트에서 떨어뜨리는 장면을 재현하던 중 얼굴이 식별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제 판사는 피고인의 형량을 15년~20년 사이로 결정하라고 이야기한다. 배심원들이 판결서에 마지막 사인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판결을 기다리던 중 8번 배심원은 자신들은 왜 피고인의 어머니가 계속 미리 죽어 있었다고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1명의 배심원이 혹시 피고인의 어머니가 살기 싫었던 것 아니냐고 또 의문을 제기한다. 그때 8번 배심원이 피고인의 집에서 발견한 메모지와 법원에 증거로 제시된 피고인의 필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이 영화는 여기에선 엄청난 반전이 일어 난다. 피고인은 어머니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 내라는 것을 말리다가 의수가 빠지면서 어머니는 추락한다. 놀란 피고인은 아파트 1층으로 뛰어 내려가다가 넘어지면서 기억을 잃었던 것이었다. 배심원들은 판사에게 피고인의 어머니가 자살한 가능성에 대해 판사에게 이야기한다. 판사는 판결할 때 배심원들의 이야기를 참고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때 이 영화 초반에 판사가 8번 배심원에게 한 이야기가 있다. 이에 대해 8번 배심원은 법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있는데 아무런 기준 없이 사람을 처벌하면 되냐고 판사에게 항변한다.
이제 판사는 최종 판결을 한다. 배심원들 판결은 무죄지만 참고사항이라고 이야기한다. 곧이어 판사는 피고인의 죄는 무죄라고 판결하면서 이 영화는 끝이 난다.
법은 인간을 심판 할 수 있는가
예전에 실제 회사 업무로 재판 법정에서 재판 과정을 참관한 적이 많이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사실적이고 해당 역을 잘 표현한 배우가 문소리이다. 실제로 법정에서 보면 판사들은 목소리가 잘 안 들릴 때도 있고 사무적이고 딱딱하고 냉정하게 보인다. 문소리는 이런 판사의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재현했다. 또한 영화 초반부에 법이란 죄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법은 기준을 세워 사람을 처벌하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이야기할 때 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나이와 직업도 다른 배심원들은 서로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배심원들은 처음에는 빨리 판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끝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점점 진행되면서 이미 피고인이 자백을 했지만 하나하나 의문을 제기하면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이끌어 낸다. 이런 것이 바로 배심원들의 역할로 보인다. 영화 중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열 명의 범인을 풀어주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찬성하시나요? 반대하시나요?
댓글